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설날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말합니다. 오기일(烏忌日) 또는 상원(上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설날과 같은 명절은 아니지만, 예부터 여러 가지 풍습과 음식, 행사, 놀이 등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풍습
보름새기
정월대보름 전날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 때문에 동네 아이들은 이 말을 듣고 잠을 참아가며 날을 샜는데요. 잠을 참지 못하고 자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몰래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용알뜨기(노용란)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알을 낳은 우물에서 남보다 먼저 물을 길어오면 그 해 농사가 잘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부인들은 대보름날 새벽에 가장 먼저 용알이 떠있다고 생각되는 우물물을 길어오곤 했다고 합니다.
더위 팔기(매서)
대보름날 아침에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치는 더위 팔기 풍습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친구들이나 이웃에게 찾아가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치면, 이름을 부른 사람의 더위가 넘어간다고 여겼습니다.
마을제사 지내기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에서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마을동자를 써서 동제(洞祭)라고도 합니다. 동제를 지냄으로써 마을의 수호신에게 한 해 동안 액운에서 벗어나고, 농사가 잘 되길 빌었다고 해요.
달맞이
정월대보름에 초저녁부터 보름달이 뜨는 것을 기다리는 달맞이 풍습이 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보름달이 뜨면 소원을 빌었습니다.
◖정월대보름 놀이
연날리기(액막이연)
정월대보름에 날리는 연은 액막이 연으로, 연을 날리다가 줄을 끊어 연이 멀리 날아가게 하였습니다. 한 해 동안 발생할 수도 있는 액운을 연을 통해 멀리 날려버리려는 일종의 액막이 의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리밟기(답교놀이)
정월대보름날 밤에 물을 건너는 다리를 밟으면 다리가 튼튼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속설을 믿고 전국적으로 밤을 새우도록 다리를 걸었다고 하네요.
달집 태우기
달이 뜨길 기다리며 볏짚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다가 달집을 만들어 태우기도 했습니다. 달집이 활활 잘 타오를수록 마을이 태평하고 그 해는 풍년이 될 거라고 믿었다고 해요.
쥐불놀이
정월대보름 전날, 논밭에서 불을 지르고 돌아다니며 노는 전통 놀이입니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깡통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뒤 지푸라기등을 집어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가 밭에 던져 불을 지르는데, 이것은 논밭의 쥐 나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음식
귀밝이술
부럼을 깨면서 함께 마셨던 귀밝이술. 이명주라고도 합니다. 이름과 같이 귀가 밝아진다는 의미가 담긴 술입니다. 이 술을 마시면 한 해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고, 귀가 밝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오곡밥(찰밥)
정월대보름에는 찹쌀, 수수, 기장, 서리태, 팥을 섞어 오곡밥을 지어먹었습니다. 가을 추수 때 가장 잘 자란 곡식을 한데 모아 밥 한 공기에 담아보았더니 다섯 가지의 곡식이었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다고 해요. 오곡밥은 하루에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해서 여러 번 나눠 먹기도 하였고, 성씨가 다른 셋집 이상의 밥을 먹으면 당해연도의 운이 좋아진다 하여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서로 나눠먹기도 하였습니다.
나물
호박고지, 무고지, 가지나물, 버섯, 고사리 등을 말려두었다가 정월대보름에 나물반찬으로 해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오곡밥과 함께 나물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요. 지역마다 나물의 종류는 차이가 있으며, 보통 아홉 가지 종류의 나물을 무쳐 먹었다고 하네요.
부럼 깨기
정월대보름에는 호두, 땅콩, 밤과 같은 견과류를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것을 부럼 깨기라고 하는데요. 정월 대보름 아침에 견과류를 자신의 나이수대로 여러 번 깨물어 먹으면 이도 단단해지고,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약밥
정월대보름에 약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요. 약밥은 찹쌀에 간장, 기름, 꿀, 밤, 대추 등을 섞어 함께 밥을 지은뒤 잣을 곁들여서 만듭니다. 잣이나 대추, 밤과 같은 재료들은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대신하여 오곡밥을 지어먹었다고 해요.
개보름쇠기
앞서 살펴본 "오곡밥 9번먹기"와는 대조적으로 개는 정월대보름에 굶어야 합니다. 정월대보름날 개에게 음식을 주면 일 년 내내 파리가 많이 꼬이고, 쇠약해진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하루종일 굶겼다고 하네요. "개 보름 쇠듯 한다"라는 속담이 여기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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